소녀혁명 우테나 론

  소녀인 텐죠 우테나는 오오토리 학원(대봉 학원?)으로 온 전학생. 그러나 우테나는 하늘거리는 세일러복 대신 남학생 교복을 맘대로 고쳐입고 다니는데다, 꺅꺅거리는 언니 부대들들 이끌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화려하다 못해 초현실적인 장밋발을 휘날리고 다니는 뭔가 김X숙 만화틱한 주인공. 게다가 어린 시절,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절망했을 때 왕자님을 만나 장미 문양이 새겨진 반지까지 받았다는 괴이쩍은 망상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서는 자기도 그 왕자님처럼 되겠다고 결심까지 했는데. 이 정도면 가히 엽기적이라 칭해줄 만하다. (어쩜 이리도 김영X 만화 붕어빵이냐!)

  괴이쩍은 주인공 곁에는 역시 한 괴이쩍음하는 조연들만 모이는 법인가. 오오토리 학원은 대체 어떤 시스템인지, 교복은 대체 어따 팔아먹고 알 수 없는 칼라풀한 제복을 입고 다니는 겨우 총인원 넷의 학생회에 테라스 딸린 학생회실까지 헌납하고, 학교 전체를 좌지우지할 권력까지 주었으니. 오호, 통재라. 그리하여 이 4명의 학생회원들은 조폭처럼 학교를 말아먹고 있었다.

  그 정점으로 수상한 것이 히메미야 안시라는 소녀. 정의로운 우테나가 우연히 지나다가 알아낸 사실로는, 이 학생회들이 모두 장미 반지를 끼고 자칭 (이 학원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듀얼리스트라고 행세를 하며 결투놀이를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나, 오오토리 학원에는 풍기도 도덕도 없는지, 결투를 해서 이긴 자가 <장미의 신부> 운운하며 저 히메미야 안시라는 소녀를 차지하여 이런 짓, 저런 짓 모두 한다는 것이 아니던가. 얼떨결에(사실 상대가 너무 약해서) 결투에 이겨버린 우테나. 뭐가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 <옛다>하고 안시가 상품으로 던져지고 <약혼>을 하라지 않나. 게다가 그 당사자인 안시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방긋 웃으며 <전 당신의 꽃입니다>라고 하더라.

  이쯤 되면 <여긴 대체 뭐야>라고 전학을 간다던가, 집단광란행동에 질려서 더이상 과대망상 학생회와 상종을 안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배짱이 좋은 것인지, 성격이 좋은 것인지 우테나는 계속 안시와 학생회와 결투와 왕자에 휘말려들어 <절대운명묵시록>을 BGM 으로 깔고 차례차례 <장미의 신부>를 노리는 결투자들과 맞서 검 대결을 펼쳐 나가는데. 이쯤 되면 비장미가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저리 가라다.

  주변의 비정상적인 러브 스토리 속에서도 꿋꿋이 왕자님을 그리워하는 우테나. 1부에서 학생회 4명과 플러스 1을 고루 밟아주고 난 후에 2부에서는 역시나 비정상적인 블랙 커플이 등장. (자칫 잘못했으면 장미의 <신랑>을 볼 뻔 했소이다...) 미모에 걸맞지 않게도 건망증 매드사이언티스트인 미카게 씨가 자신의 소중한 <소년>을 자그마치 <장미의 신부>로 만들겠다는 민망한 망상에 사로잡혀 블랙 듀얼리스트의 음모를 꾸민 것!

   그리하여 검은 장미를 걸고 또다시 블랙 듀얼리스트들 4명+1명+최종보스와 결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3부. 드러나는 진짜 최종보스는 빨간 스포츠카 광에 남녀노소 안 가리는 바람둥이, 노출증이 심각한 나르시시스트 스트립쇼의 달인 왕자님이었으니. 과연 우테나는 안시와 함께 저 괴이쩍은 집단을 모두 물리치고 목숨걸고 부르짖는 <성>에 갈 수 있으려는지. 진짜 왕자님의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힘내라, 우테나! 주변의 비정상 커플들에 지지 마라, 우테나!

온갖 비정상 커플들이 우글거리는 오오토리 학원.
소년소녀 듀얼리스트에게 새로운 세계에 눈 뜨게 해 주는 신비의 힘이
바로 디오스의 힘이라는 것인가!

   이것이 바로 문제의 원흉이 된 주인공 커플.

또다른 이야기

  
   아주 먼 옛날, 모든 소녀들에게는 왕자님이 있었습니다. 그 왕자님은 소녀들을 도와주고, 위기에서 구해주는 상냥하고 강인하고 고결한 사람이었습니다. 왕자님이 있는 한 세상은 균형 속에 평화와 질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왕자님은 성에 사는 <마녀>의 이야기를 노파에게서 듣고, 마녀를 물리치기 위해 성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마녀의 계략에 사로잡힌 왕자님은 그만 성에 갇혀버렸고, 더욱 놀랍게도 왕자님은 그 악랄하고 사악하기 그지없는 마녀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입니다.

  <왜 이런 짓을 했느냐>는 왕자님의 질문에, 마녀인 여동생은 <세상 모든 여자아이들의 왕자님이지만, 여동생인 내게만은 왕자님이 될 수 없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하여 왕자님은 마녀에게 힘을 빼앗긴 채 영원히 봉인되었으며, 세상에서 왕자님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 낯선 아저씨가 <사탕 줄게>라고 말해도 절대 따라가지 말 것!

먼 옛날의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세상에는 왕자님이 있었습니다. 그 왕자님은 소녀들을 도와주고, 위기에서 구해주는 상냥하고 강인하고 고결한 사람이었습니다. 왕자님이 있는 한 세상은 균형 속에 평화와 질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왕자님의 힘만으로는 구원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왕자님은 힘을 다해 쓰러져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세상의 위기를 호소하고 왕자님을 찾고 도움을 청하는 탄원과 비난과 요청의 소리들이 흘러넘쳤던 겁니다. 점점 쇠약해지며 괴로워하는 왕자님을 진심으로 사랑한 나머지 걱정하며 눈물흘리는 것은 한 소녀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왕자님을 찾는 탄원의 소리들이 분노에 이르를 무렵, 왕자님을 사랑한 소녀는 아무도 왕자님을 괴롭힐 수 없도록 그를 깊이 감추어두고, 혼자 사람들 앞에 나섰습니다. 왕자님을 찾는 사람들 앞에 소녀는 단언했습니다.
  <왕자는 더 이상 없다. 내가 영원히 숨겨버렸다>라고.

  분노한 사람들은 소녀를 <마녀!>라고 부르며, 그들의 증오와 원한을 백만 개의 검으로 바꾸어 소녀를 꿰뚫어 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마녀가 된 소녀는 왕자님이 없는 세상에서 혼자 백만 개의 검에 찔린 채 고통받고 있게 된 것입니다.